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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茶禮, 중-茶藝, 일-茶道…3국 차 문화 비교

아카데미 정명원 2010. 12. 19. 16:55

이달 2일 대구세계차인연합회가 주최한 세계차문화축제에 대한 학술대회가 엑스코에서 열렸다. 그에 앞서 제4회 대한민국 아름다운 찻자리 경연대회가 열렸다.

차인들은 저마다 크리스마스 파티, 효도, 선비 등을 주제로 한 찻상을 선보였다. 이제 사람들은 차를 단순히 마시는 음료이기에 앞서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식으로 찻자리를 차려 놓고 마시는 차맛은 또 다르다.

 
2일 열린 제4회 대한민국 아름다운 찻자리 경연대회에서 차인들은 다양한 찻자리를 선보였다. 중국, 일본, 한국, 영국 등 특색 있는 찻자리들이 눈에 띄었다.

차의 역사는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과 일본, 중국은 차를 교류하며 차 역사를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차를 바라보는 시각은 한·중·일이 모두 다르다. 중국은 차를 예술의 일종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다예’, 일본은 지극한 경지에 이르는 도에 비유하기 때문에 ‘다도’, 우리는 예절의 일종으로 보기 때문에 ‘다례’라고 표현한다. 또 중국은 차의 ‘향’을 중시하고 일본은 차의 ‘빛깔’을 중시하는 반면 우리는 차의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주요 차이점이다.

대구세계차문화축제 김길령 사무국장에게 세 나라 차 문화와 더불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영국의 차 문화에 대해서 들어본다.

◆중국의 차

중국은 수많은 다원과 함께 백차, 녹차, 반발효차, 홍차 등 무수히 많은 차가 있다. 중국에는 유난히 차 문화가 발달해 있다. 음식이 기름진데다 수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어디든 뜨거운 물을 비치해놓고 차를 일상적으로 음용하고 있다. 명우문화원 임항자 씨는 “우리나라는 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이지만, 중국은 물을 먹기 위해 차를 마실 정도로 차가 일반화돼 있다”고 전했다.

중국차에는 설탕이나 우유를 첨가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의 녹차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차 중 하나. 섬세한 맛으로 유명한 사봉용정, 최고급 녹차인 동양동백은 최고급 차로 취급되며 일반적으로는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는 용정차를 많이 마신다.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철관음은 저녁에 마시기에 적당하다. 인도 홍차보다 카페인이 덜 함유된 중국 홍차는 우리에게도 친근하다.

다예(茶藝)는 중국에서 흔히 쓰이는 말로, 예(藝)란 원래 차나무를 가꾸어 잎을 따 차를 만들고 또 찻물을 내는 기예를 통칭하지만 보통 찻물을 내는 사람을 가리켜 말하고 있다. 실제 중국에서는 다예사가 손님에게 차를 낼 때 서커스 묘기처럼 눈요기로 기예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중국 사람들은 차의 ‘향’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중국에는 발효차를 즐기다 보니 다호를 비롯한 차 도구들이 작고 아기자기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발효차는 뜨거운 물에 여러 번 우려내 향기를 즐기기에 좋다.

중국은 특히 찻집이 발달해 있다. 김길령 사무국장은 “‘다관’이라 불리는 중국의 찻집은 갖가지 차 종류는 물론 뷔페 형식의 식사 대용식이 마련돼 있어 하루 종일 차를 마실 수 있다”면서 “다식, 과일이 있고 마작까지 즐길 수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차

일본은 자연스러운 향을 지닌 신선한 녹차를 주로 생산한다. 매우 다양한 녹차가 있지만 국내 소비량이 많아 수출량은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일본차는 연한 녹색을 띠는 파쇄되지 않은 잎으로 되어 있다. 한국과 중국은 주로 덖음차를 즐기는 반면 일본은 찐차를 애용한다. 일본의 다도는 엄격하고 까다롭기 이를 데 없다. 움직임이 거의 기계적이라 느껴질 정도. 그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차는 도(道)가 붙는다.

천용순 국제차문화학회 대전교육센터 소속 회원은 일본 찻자리의 특징으로 ‘정갈함과 깔끔함’을 들었다. 천 씨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 사람들은 차를 마시면서 떫은 맛을 순화시켜주는 다식을 꼭 곁들여 먹는다”고 말했다. 정식 다도는 반복되는 다도 연습이 수행의 경지로 여겨져 굉장히 엄격하다.

일본 사람들은 차의 ‘색깔’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본의 다관은 다관에 쇠로 된 거름망이 붙어 있다. 찻잎이 잘 부서져 가루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일본 사람들은 말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말차에 맞는 다완이 유난히 발달했다.

◆한국의 차

‘차의 이해’를 펴낸 이진수 한국국제차문화학회 회장은 우리나라의 차 문화 역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해 두 나라의 교량 역할을 했던 한국에서는 감미로운 녹차가 재배, 생산된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일부 승려와 화랑들이 수행과 관련해 차를 마시는 풍속이 있었다. 고려 시대에는 왕실, 귀족, 사원 등에 차가 유행처럼 번져 많이 보급되면서 해인사에서는 국가 행사로 의식이 거행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불교와 함께 차 문화도 쇠퇴하는 듯했지만 사원과 선비들을 중심으로 차 문화의 맥이 이어졌다. 1970년대 말 이후 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차와 관련된 여러 단체들이 생겨났다.

최근 차 인구가 급속하게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 영국에 비해 차를 즐기는 인구가 적은 편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물맛이 좋아 그냥 마실 수 있는 생수를 주로 마셨고 숭늉 등의 음식 문화, 술을 곁들여 먹는 반주 문화도 차가 늦게 발달하는 요인이 됐다.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의식다례가 발달했다. 평상다례와 구분되는 의식다례는 산신, 조상신 등에게 차를 끓여 올리는 헌공다례와 살아있는 사람에게 격식과 예를 갖춘 행사로서 차를 드리는 진다의례가 있다. 다례(茶禮)란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차를 일반 음료가 아닌 접대의 예식에서 쓰이는 경우가 많았기에 예절의 하나로 여긴다.

김길령 사무국장은 “ ‘차례’의 차가 바로 술이 아니라 차를 의미한다”면서 “우리 민족은 제사에 차를 올려 조상에 바칠 정도로 차를 사랑했던 민족”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다구가 실용적이고 소박한 것이 특징이다. 잎차용 두툼한 도자기를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