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이라 부르는 것이 '금기사항'
조선족은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었다?
장엄한 대흥안령산맥이 북으로…북으로…
광개토대왕의 말발굽 소리가 만주를 호령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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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만주를 다 알고 있는데 반해, '동북삼성'이라고 하면 잘 모른다.
조선족 중에서도 중국 공산당 간부나 국가 공무원일 경우, 만주라는 말을 사용하거나 장백산을 백두산이라고 말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금기사항이다. 고구려를 우리 한민족의 고대국가라고 언급하는 것도 동북공정이후 더욱 금기시되고 있다. 우리는 고구려에 대해 뜨거운 가슴을 갖고 있지만 다소 아쉽게도 조선족은 중화인민공화국 주권 국가의 공민이지, 한국인이 아니란 걸 명심해야 된다. 역사적 현실로 봐서도 고구려·발해 역사나 만주 땅에 대한 언급을 우리처럼 쉽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들에게는 역사가 현실이기 때문이다. 설령 조선족이 남한의 초청으로 한국에 와서 고구려 관련 대화를 할 때 고구려에 대한 공격적 주장을 긍정적으로 맞장구 친다고 해서 '아, 이 조선족이 대한민국 사람과 같은 역사관을 갖고 있다'고 해석하는 건 잘못이다. 우리가 자유자재로 고구려니 만주니, 언급하지만 중국 땅에 가서는 언급할 때 매우 신중해야 된다.
◇ 동북삼성 만주
동북삼성(東北三省)은 글자 그대로 동북(東北)쪽에 위치한 삼성(三省), 즉 세 곳의 행정구역이라는 뜻이다.
아마 중국 본토에서 보았을 때 동북쪽에 위치해 있기때문에 붙여진 것 같다. 중국의 정식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China)이며 세계 최대의 인구와 광대한 국토를 가진 나라로, 동서로 우수리강과 흑룡강의 합류점에서부터 파미르고원까지 달한다. 북동쪽으로 한국과 러시아연방, 서쪽으로는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남서쪽으로는 인도·파키스탄·네팔·부탄, 남쪽으로는 미얀마·베트남·라오스, 북쪽으로는 몽골·러시아연방과 각각 국경을 이룬다.
중국의 행정구역은 성, 현, 향과 진의 3급으로 나눠지는데, 성급인 1급 행정구역에는 23개의 성 이외에도 5개의 자치구와 4개의 직할시가 있다.
직할시로는 북경·천진·상해·중경시가 있으며, 성(省)은 흑룡강·길림·요녕·섬서·감숙·사천성 등이다. 민족자치구는 내몽골자치구·영하회족자치구·신강유오이자치구·서장자치구·광서장족자치구이며 특별행정구(特別行政區)는 홍콩특별행정구와 마카오특별행정구가 있다. 여기서 민족자치구 또는 자치현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주몽이 대고구려를 세운 요녕성 환인현이 '만주족자치현'이며 압록강 상류 북한의 혜산과 마주하고 있는 장백현이 '조선족자치현'이며 조선족이 가장 많이 운집해 있는 연길은 조선족자치구이다.
동북삼성 가운데 요녕성의 성도는 심양, 길림성의 성도는 장춘, 흑룡강성의 성도는 하얼빈. 우리 민족의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기에 소개하는 것이다. 흑룡강성의 성도 하얼빈은 민족의 영웅 안중근의사가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현장으로 유명하며, 요녕성의 성도 심양은 일본식민지 치하 우리민족의 이민사를 잘 반영하고 있는 '만주 봉천 개장사'라는 말이 생겨난 곳으로, 심양의 옛말이 봉천(奉天)이다. 길림성의 성도 장춘은 일본이 만주국(滿洲國)을 세운 수도이다. 중국은 그 당시 빼앗긴 주권이 부끄러운지 지금도 만주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위만주국(僞滿洲國)'이라 부르기도 한다. 동북삼성이 바로 만주땅 전역을 의미한다.
◇ 군웅이 할거했던 만주
백두산을 중심으로 세 강이 발원해 흐르는 데, 압록·두만·송화강이다. 두만강은 백두산에서 발원해 동쪽으로 뻗쳐 동해로, 압록강은 서쪽으로 뻗쳐 서해로, 각각 흘러든다. 송화강은 길림과 하얼빈을 거치고 가목사, 동강시를 지나 삼강평원의 삼강구에서 흑룡강과 우수리강과 합쳐져 태평양으로 흘러든다. 일대 장관을 이루는 우리민족 젖줄의 강이었다. 그러니까 두만강 위를 중심으로 하여 만주의 중간부분을 길림성으로 보면 되고, 압록강 위 만주를 요녕성, 러시아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그 아래 최북단 만주를 흑룡강성으로 보면 이해가 쉽게 될 것이다.
동북삼성, 즉 만주는 중국의 한족, 한국의 한민족 및 여러 북방민족이 수천년간 서로 영토 쟁탈전을 벌였던 곳이다. 우리 역사상 최초 국가인 고조선의 방대한 영토였고 부여, 고구려, 발해 등 웅혼한 고대국가들이 세워진 곳이기도 하다. 여기가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전신은 여진족)의 본거지다. 청나라 말기 중국이 제국주의 국가들로부터 침략을 당하던 시기에 러시아의 침입을 받았는가 하면, 청의 멸망 이후에는 중국의 영토가 된다. 1931년 일본이 일으킨 만주사변으로 일본의 지배를 받는 괴뢰국가인 만주국(滿洲國)이 세워지기도 했고, 1949년 이후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토로 편입된다.
◇ 광개토대왕 말발굽 소리 아직 들리는듯
나의 만주대장정은 인천국제여객선터미널에서 '동방명주호'란 여객선을 타고 북한의 신의주 맞은 편 압록강변 단동에 발을 디디면서 비롯되었다.
거기서 고구려 제1도읍인 '환인'에서 비류수(지금의 혼강)를 따라 남으로 내려갔다. 압록강변에 위치한 고구려 제2도읍 '집안'을 거쳐 동으로 방향을 바꾸어 통화에서 밤열차를 타고 송강하에서 이도백하로 가서 백두산 등정을 한뒤, 연길·용정·해란강을 따라 두만강변 도문으로 향했다. 도문에서 계속 동으로 뻗치면 북한의 함경북도와 접경인 훈춘이 나온다. 도문에서 다시 북진, 세계적인 비경인 경박호 호반에도 앉았다. 목단강시를 거치면 하얼빈, 하얼빈에서 왼쪽으로 남하하면 만주국 수도였던 장춘, 알에서 태어났다는 고주몽이 유화부인과 22세까지 함께 살았다는 길림도 거쳤다. 거기서 연길쪽으로 남하하면 대조영이 발해를 세운 돈화가 질펀하게 펼쳐지며 곧장 남하하면 누르하치가 세운 청나라 고궁이 있는 심양(옛이름은 봉천)이 보인다. 지도를 펴놓고 보면 알아차릴 수 있는데 중국본토의 중심지가 서안(장안)이라면 한반도의 중심지는 서울(한양)이 될 것이다.
만주땅의 중심지는 하얼빈, 그리니까 하얼빈까지 가면 만주땅의 반을 간 셈이다. 하얼빈에서 서북쪽으로 치달으면 자그다치를 지나 막하가 나오는데 광개토대왕이 넘었다는 장엄한 대흥안령산맥이 북으로 뻗쳐있는 북극촌까지 이르게 되는데 중국 최북단인 흑룡강 최상류다.
하얼빈에서 12시간 걸리는 침대열차를 타고 흑룡강 중류인 흑하시에 도착한다. 러시아 도시 블라디비센스코가 강건너 보이는데, 우리민족의 동족상잔의 하나로 기록되는 '흑하사변'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다시 하얼빈에서 동북쪽으로 열댓시간을 가면 가목사와 동강시가 차례로 나타나며, 경상북도 크기만한 땅덩어리인 삼강평원이 눈앞에 전개된다. 그 끝점이 삼강구인데 백두산에서 흘러온 송화강과 러시아땅에서 흘러온 흑룡강과 만주땅 밀산쪽에서 흘러온 우수리강이 만나 일대장관을 이룬다. 이런 내 만주대장정은 9차례에 걸쳐 이뤄졌던 것이다. 다음회는 중국의 기차와 버스문화에 대해 알아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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