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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하이마트, 궈메이의 성공비결

아카데미 정명원 2010. 10. 14. 13:24

 
창업자 황광위 회장 불명예로 물러났지만 시스템 저력 지속

중국판 하이마트 궈메이(国美), 지난 9월 14일, 삼성전자와 향후 2년 동안 중국 내에서 5조 원 이상의 판매액을 목표로 하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다. 중국 가전 유통업체와 외국 가전업체가 맺은 가장 큰 규모의 판매 합작이다. 그런데 이를 일궈낸 창업자 황광위 회장은 철창 신세다. 중국 최고갑부 자리에 2년 연속 오르기도 했던 황광위 회장. 지난해 9월 경제범죄 혐의로 기소돼 징역 14년 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제왕이 없어도 궈메이는 여전히 건재하다. 말 많고 탈도 많지만 승승장구하고 있는 궈메이 제국, 자세히 들여다 보자. (편집자 주)


베이징 한복판 비즈니스 중심지에 자리한 펑룬빌딩(鹏润). 마치 거대한 성을 연상케 하는 이곳에 중국최대 가전 유통업체 궈메이(国美)의 본사가 있다. 바로 곁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성세빌딩(盛世大厦)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규모다. 중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궈메이, 중국 전역 280개 도시에 1200개의 직영점을 갖고 있는 전자제품 전문 유통회사로 매년 평균 매출액 1000억 위안(약 15조 원)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궈메이의 성과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궈메이, 차이나 드림의 살아 있는 전설
중국 기업 생존률, 얼마나 될까?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중국 민영기업 가운데 10년 이상 생존한 기업은 전체 기업의 7%에 불과했다. 특히 우량기업은 3%미만이다. 바로 이 3%에 속한 궈메이, 그 시작은 1987년, 중국 공산당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격동기이다. 황광위는 형제와 함께 베이징에 30평의 작은 가게를 열고 가전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그것이 궈메이의 시작이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궈메이는 중국의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20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 제국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유명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하이얼海尔), TCL, 창훙(长虹)이 모두 궈메이의 협력업체다. 그리고 2010년, 삼성과 궈메이가 손을 잡았다. 삼성은 궈메이 유통망을 이용해 중국시장을 뚫을 계획이다. 중국 시장을 노리는 가전업체라면 누구든 궈메이를 통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대단한 궈메이를 이끌어온 창업자 황광위. 그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매년 중국의 후룬(胡润)연구소에서 중국부호 명단을 발표하는데 황광위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전문지인 포브스의 중국 부호명단에 오르면서 황광위는 세계적인 인물이 되었다. 맨손으로 궈메이 제국을 일궈낸 황광위,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궈메이, 시대를 잘 타고난 행운아일까?
황광위의 성공스토리는 중국에서는 흔치 않은 자수성가 케이스다. 그는 국영 자산을 이용해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것도 아니고 권력에 기대 돈을 번 것도 아니다. 최근에 뜨고 있는 중국의 유명기업가처럼 최첨단 과학기술을 확보해 독점적 이윤을 얻는 기업을 만든 것도 아니다. 오로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가전제품 유통의 길을 고수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황광위가 유통 사업을 막 시작하던 80년대, 중국은 아직 완전한 개혁개방이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유통업에서는 복잡한 다단계를 통해 상품이 판매되었다. 지역적으로도 서로 다른 유통채널을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전자제품의 유통은 더욱 복잡했다. 그리고 당시 전자제품의 최종 소매업은 모두 백화점이 독점하고 있었다. 황광위는 개혁개방으로 제조업의 생산능력이 올라가 공급이 많아지면 유통이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란 걸 예상했다. 유통단계를 관찰하던 그는 제조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 제품을 저렴하게 바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직거래 판매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냈다. 지금 우리가 볼 때는 너무 흔한 비즈니스 모델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당시 중국에서는 정말 획기적인 시도였다. 중국이 외부와 단절되어 있던 시기에 이런 발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은 황광위의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준다.

중국판 샘 월턴으로 “실천과 속도”의 제왕
황광위를 말하자면 월마트의 창시자인 샘 월턴(Sam Walton)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이 걸어온 길, 특히 경영에 임하는 자세가 너무 유사하기 때문에 황광위는 중국의 샘월턴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월마트의 샘 월턴이 전 세계 최초로 GPS 재고관리시스템을 도입한 사람이라면, 황광위는 중국 최초로 ERP시스템을 도입했다. 소매업의 특성상 제품의 재고관리와 자금의 회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앞선 것이다. “속도”는 황광위가 경영이념을 논할 때 강조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3개월 동안 사업계획서를 완벽하게 만든 후에 행동에 옮기는 것은 딱 질색이다. 30%의 확신만 있다면 바로 시작하고, 일하면서 끊임없이 수정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바다 건너 살고 시대적으로도 차이가 있는 월턴과 황광위 두 사람이 또 다른 유사점을 가졌다는 것. 둘 다 기업 내에서 유일무이한 제왕적 리더라는 것이다. 이들은 일단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면 인정사정 없이 독재자의 면모를 보인다. 월튼은 자기가 선정한 후계자 CEO 론 마이어를 물러나게 하고 다시 직접 경영에 나서면서 고위 경영진의 1/3을 해고했다. 2003년, 황광위도 두 차례의 고위층 물갈이를 시도했다. 조직개편 때문에 상당수의 중견 관리자와 고위 임원진이 궈메이를 떠나야 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두 사람 모두 잔인하고 냉정해 보이지만, 변화를 읽고 즉각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며 또 다시 재정비해서 앞으로 나간 덕분에 두 기업 모두 성공한 것이 아닐까?

궈메이 제국 성장의 3가지 비결
시대의 혼동 속에서 기회를 잡은 황광위 회장, 그의 거침없는 기업가 정신이 지금까지 궈메이가 살아남아 성장한 중요한 요소다. 이와 더불어 궈메이 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 원동력이 된 3가지 보물이 있다.

1) '궈메이 경영수첩' 발간, 법으로 다스리는 기업
1998년 1월, 황광위는 10여 년 동안의 경험을 정리해 230페이지짜리 “궈메이 경영 수첩”을 만들었다. 이 수첩은 2000년과 2001년 선진국 프렌차이즈업의 성공 스토리와 자신의 경험을 다시 결합하고 2차례 수정작업을 거쳐 최종 1000여 페이지의 법률 수첩이 되었다. 각 부서, 각 계층, 각 직위의 모든 사람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일례로 “제품을 깔끔하게 디스플레이하라”라고 하는 지침이 있다고 하자. 황광위가 보기엔 “깔끔”하다는 것은 형용사에 불과하다. 어떤 것이 깔끔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기록하도록 한 것. 예를 들면 “칼라TV는 같은 방향으로 디스플레이해야 한다. 옆에서 봐도 직선이어야 하고, 앞에서 봐도 직선이어야 한다.” 궈메이식 지침이다. 또 직원이 해야 하는 업무방법을 보자면, 창고에서 제품을 내릴 때, 직원은 어떤 부분을 어깨에 올려서 짐을 옮겨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경영관리수첩”으로 관리하는 덕분에 궈메이는 전국 어디에 가도 매장 디스플레이가 똑같고 종업원의 동작이나 반응이 똑같아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 소비자 입맛에 맞춘 차별화 마케팅
궈메이는 시간대별, 지역별로 소비자의 구매패턴을 분석해 서비스 차별화를 시도했다. 주말에 소비자가 몰리고 주중에 비수기인 특성을 구분해 서비스의 시간과 방향도 달리했다. 주말에는 30분 안에 판매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평일에는 가능한 여유를 주면서 1시간 안에 판매한다. 제품설명도 주중에는 자세히 10분 동안 설명하지만, 주말에는 핵심만 골라 2분 안에 끝내도록 되어 있다.

또 남쪽과 북쪽사람들의 생활패턴이 다른 것을 감안해 지역별 마케팅전략도 달리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남쪽사람들에게는 저녁 12시까지 영업했으며, 일부 북쪽 지역은 10시에 취침하는 습관을 갖고 있기에 영업점을 6시에 열어 6시에 닫았다.

3) 한번 고객이면, 끝까지 궈메이 고객!
서비스 마인드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중국에서 황광위는 서비스야말로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이고 브랜드를 인식시키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궈메이는 업계 최초로 회원제로 매장을 운영했다. 궈메이의 골드회원이라면 생일에 생일케익과 함께 가스레인지 무료 청소 서비스를 받는다. 특별 서비스가 고작 가스레인지 청소냐고? 중국은 기름진 음식을 많이 해 먹기 때문에 가스레인지와 환풍기가 쉽게 더러워지고 청소하기도 매우 어렵다. 궈메이는 이런 소비자의 마음을 알았던 것. 결과는 어떠했을까? 대성공이다. 중국 청도지역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회원제를 실행한 결과, 무려 70%의 고객이 다시 매장을 방문해 재구매를 했다.

궈메이의 새로운 변신
나무가 커지면 가지가 갈라진다. 궈메이란 제국이 덩치가 커지면서 내부 권력싸움도 생겼다. 권력싸움에서 밀려난 황광위는 현재 14년의 형을 받고 옥중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궈메이제국은 여전히 건재하다.

2010년, 궈메이는 새로운 변신에 들어섰다. 지금까지 중간 유통역할을 고집했던 궈메이, 이제는 제조업까지 손을 대고 있다. 6월부터 자체브랜드 제품을 런칭해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애플의 아이패드와 유사한 Flytouch(飞触)타블렛PC를 내놓았다. 크기는 아이패드보다는 조금 크다. 하지만 가격은 회원가 999위안(약 15만원)으로 아이패드 가격의 1/5가격이다. Flytouch는 궈메이제국의 거대한 유통채널을 통해 중국의 저가 타블렛PC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제왕이 부재하지만 사업은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는 궈메이제국의 변신을 지켜보자.